최대주주 산은, 주간사 선정 돌입…매각 본격화
잠재부실 털고 상반기 실적 성과…주가는 '글쎄'
산은, 경영 프리미엄 얹어 '차익 펑크' 만회 전략
'최순실 라인' 박창민 사장 사퇴 압박 악재 변수
[위클리오늘=박찬익 기자] 하반기 건설업계 인수합병(M&A)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본격화된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연내 대우건설 매각 개시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매각 핵심은 주가상승 여부인데 CEO 리스크 돌발 변수가 등장하면서 매각 작업의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31일 금융업계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다음달 중으로 투자은행(IB)·회계·법률 등 세 분야의 자문사를 뽑을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매각 관련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업계에 보냈다.
매각 대상은 산은이 사모투자펀드 KDB밸류제6호를 통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지분이다. 산은은 2010년 주당 1만8000원에 대우건설 지분을 매입해 현재 50.7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산은 보유 대우건설 주식평가액은 27일 종가(7970원) 기준 1조6811억원이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는 경영권 할증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대우건설의 영업과 자산가치를 합친 M&A 절대 가치가 3조8400억원이라고 추정한바 있다.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 작업에 착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은은 올해 초에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지연됐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대한 감사 의견이 ‘의견 거절’로 나와 매도 실사를 할 수 없었던 탓이다. 다행히 지난해 말 기준 보고서에 대한 감사 의견이 ‘적정’으로 나와 이번에 매각 작업에 착수하게 됐다.
매각자문사가 선정되면 8월 ~ 9월 회사 실사를 거쳐 9월 말이나 10월 초 매각공고가 발표될 예정이다. 입찰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한 예비실사를 거쳐 12월 본입찰 등 이르면 내년 1월 우선협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의 관건은 주가 부양이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사들일 당시 주당 가격은 1만8000원이었다.
산은은 최근 규정을 바꿔 장부가가 아닌 시장가로 매각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연내 매각을 추진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시장가로 매각할 경우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주가는 7000원대 중반을 오르내리고 있어 현재 주가 수준으로 매각을 진행하면 1조원대 공적자금 손실이 예상된다. 3개월간의 짧은 시간 내에 대우건설 주가를 띄워야하는 숙제를 산은은 안고 있는 셈이다.
산은은 매각을 위한 대우건설의 적정 주가로 1만3000원을 제시해 왔다. 주가가 이 수준에 못미쳐도 경영실적만 좋다면 프리미엄을 얹어 적정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은 지난해 잠재손실을 일시에 털어버리는 빅배스를 단행한 이후 올해부터 눈에 띄게 실적이 개선됐다.
대우건설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1942억원)대비 146.1% 증가한 478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분기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찍었다. 상반기에 올해 영업이익 목표액의 70%를 달성해 연간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양호한 분양 물량과 견고한 국내 매출이 지속될 것”이라며 “해외 수익성 개선으로 연초 제시했던 영업이익 가이던스(7000억원)를 큰 폭으로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민은 CEO 리스크에 있다. 취임 1년만에 불거진 박창민(64) 사장의 '최순실 연루설'이 악재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팀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휴대전화에서 지난해 7월 최순실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찾았다. 확인 결과 이 본부장이 자신들과 소통이 원활하다는 이유로 박 사장을 대우건설 사장에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건설 노조는 현 사장 체제하에서 회사 매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18일 KDB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을 중단하고 최순실의 낙하산 박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최순실 연루가 사실이라면 박 사장이 이권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선임 당시부터 정치권과 연루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거셌다.
대우건설 노조는 박 사장에 대해 뿌리깊은 거부반응을 갖고 있다. 대우건설은 전통적으로 자사 출신이 CEO를 맡아온 순혈주의가 강한데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의 주력분야인 플랜트 등 해외사업의 경험이 없는 인물인 탓이다.
박 사장은 지난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사원으로 입사해 지난 2011년 ~ 2014년까지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지낸 외부인사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박 사장은 친화력이 상당한 인물로 임명 당시에도 내부 반발 잡음을 딛고 조직을 휘어잡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면서 "임명 당시 잡음은 실적으로 묻어갈수도 있었는데 특검 수사로 이슈가 불거지니 다시 노조에서 들고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