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미디어 육성 사업, ‘미들’<사진=시민방송 제공>

[위클리오늘= 배효능·홍태화 청년기자] “시민들 스스로 미디어를 통해서 참여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것. 이것이 시민방송의 출발입니다."

시민방송 RTV사무국 소속 김영준 씨의 말이다. 시민방송은 1995년 시민들과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모인 국민주 방송 운동으로 개국한 시민참여형 방송이다.

현재 스카이라이프,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의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시민방송은 공공재가 돼야 할 전파가 기득권이나 자본가의 목소리만을 반영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시민들 스스로 미디어를 통해 평등참여를 원칙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지난 9일,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과 1인 미디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자 시민방송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성 언론들은 소수자들의 인권, 그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받지는 않아요.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언론사의 논조가 있으니까. 방송이 그 논조, 정권, 광고, 기업들의 논리, 이런 것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죠. 소수자나 약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가지 않는 일이 계속 반복이 돼요.”

김영준 씨는 시민방송이 기존 언론사와 달리 ‘시민 스스로 만드는 방송’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방송의 논조를 정하는 데스크가 없기 때문에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방송을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시청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프로그램들을 방영하는 거예요. 저희가 제작한 ‘시민, PD가 되다’라는 프로그램은 공모를 통해 직접 시민들에게 제작 지원금을 드리고 만들어요."

" 또 ‘무한자유지대’는 열려 있는 시민방송 플랫폼으로 시민들이 영상을 보내주면 그걸 방송으로 내보내는 거죠. 시민들이 내 방송을 좀 틀어달라, 내가 이야기할 게 있다, 그러면 저희가 편집 없이 송출합니다. 방송 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방송 채널이기 때문에 음향보정과 같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들은 하지만, 최대한 시민의 의사를 그대로 반영하려 합니다."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방송 외에도, 교육 관련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얼마 전에는 사회적 경제 토크 콘서트라고 해서 지속가능한 경제, 즉 SDGs 관련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기도 했고요. 또, RTV 스페셜 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토론회나 강연을 촬영해서 내보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민 중심 프로그램을 전개하면서, 시민방송은 여러 차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방송 지원에 쓰이는 비용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인데, 그런데도 계속 시민방송을 운영해나가는 중요한 이유를 들었다.

“원래 시민방송은 지원금 중심으로 운영했어요. 그런데 2008년부터 지원이 중단되면서 기울어지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인원도 많이 줄어들고, 실질적으로 2명밖에 안 남았었어요. 2016년이 되면서 직원 수도 늘리고, 조금씩 살아나려고 하는 상황이에요. 영상을 만든다는 것 그 자체가 굉장한 부담이거든요.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어서 편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방송 영상을 제작하려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요. 시민 참여가 활성화가 되려면 영상 제작 지원이 꼭 필요해요."

"사실 시민 참여 방송을 지원하는 일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활성화해야 해요. 방송 전파도 하나의 공공재인데, 많은 시민이 차별받지 않고 전파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지요. 여러 가지 형태의 시민참여가 있을 텐데, 언론에도 시민참여가 활성화돼서 시민 누구나 방송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는 시민 모두가 기자가 돼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시민방송에서 진행한 독립 저널리스트 양성 및 배치 사업에 관해 설명했다.

시민방송은 최근 발전하는 1인 미디어 산업을 보며 공익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적인 1인 미디어를 키우고자 발굴·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도권 언론은 작은 주제에 대한 접근력이 약할 수 있어요. 그런데 1인 미디어들은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시민들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저널리즘을 보여줄 수 있는 거죠. 그분들이 언론사 소속 기자는 아니란 말이에요. 미디어이기도 하지만, 시민이기도 해요. 그래서 시민방송이 1인 미디어 독립 저널리스트들을 발굴하고 육성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분들이 많아져야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들이 많아지지 않겠느냐, 하는 취지에서 출발했죠.”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1인 미디어 육성 사업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모집한 7명의 1인 미디어 제작자 중 6명이 이내 생업으로 돌아갔다. 김영준 씨는 ‘자신이 만든 방송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내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실질적인 언론으로서의 영향을 끼치지 못하면 더 힘들어진다’며 ‘결국 지원이나 후원이 없으면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지금은, 활동 중인 1인 미디어들, 독립 미디어들을 찾아서 지원하고, 그분들이 후원받을 수 있도록 홍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신생 1인 미디어나 독립 미디어가 큰 자본 없이 활동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거든요. 우리가 스스로 키워내고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지금은 찾아가서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그분들의 영상을 받아서 시민방송에 방영하고 있죠.”

▲ 광화문 시민발언대<사진=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 제공>

그는 시민참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며 작년 촛불 집회로 화제를 돌렸다.

“<세상을 바꿀 당신의 목소리>가 저희 모토에요. 저는 이번 촛불 집회에서 희망을 봤어요. 물론 그 사태를 크게 촉발했던 건 기성 언론이었지만 그것을 탄핵으로 이끌고, 정권 교체를 이루는 데에는 시민들의 힘이 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당시에 시민 방송이 광화문에서 ‘시민발언대’라는 걸 했어요. 카메라를 갖다 놓고, 마이크 하나 놓고, 행진하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발언대를 마련한 거죠. 그때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들을 이야기하는 모습. 저는 거기서 희망을 봤어요."

"다만 항상 아쉬운 건 참여에요. 시민들이 다양한 참여방식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특히 다양한 방송을 통한 참여 방법에 대해서요. 앞으로 우리도 이 같은 다양한 방법에 대해 시민들에게 적극 알릴 계획이에요”

김영준 씨는 소수자와 취약계층에 대해 언급하며 향후 시민방송의 방송 변화를 전망했다.

“이제 저희가 직접 찾아가려고 해요. 아동, 노인, 성적소수자 등의 권리를 말하는 분들은 소규모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게 알려지지 않고 그 안에서만 소비된다면 그냥 사라져버리거든요. 그런 단체나 조직들을 발굴해서 시민방송의 취지를 설명해 드리고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진행하려 하고 있어요.

“아직도 우리나라는 시민참여 방송이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제대로 발달하거나 활성화되지 못했어요. 저희도 앞으로 시민방송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많은 이들과 교류해 미약하지만 시민참여방송이 세상을 밝히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에요.”

시민방송의 프로그램은 RTV 홈페이지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배효능·홍태화 청년기자​ 유엔해비타트 유스프레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