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박근혜 대통령 재판 '증인'이 분수령...여전히 치열한 법정공방 중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최순실 뇌물' 사건 관련 3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삼성 부회장은 오늘 만 49세 생일을 맞았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6월 23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0세 생일이다. 그럼에도 결코 즐거울 수 없다.

가족과 주변인의 축하를 받아야 할 날에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뇌물죄’ 공판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생일을 재계 1위 기업의 총수자리로 맞을 지, 죄수로서 보내게 될 지를 결정하는 재판이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현재까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서는 다음달 3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승계’인가 ‘경영 효율화’인가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목적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두 계열사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이라는 전제 하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거래’를 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 전에는 삼성물산의 지분이 단 한주도 없었으나, 합병 후 삼성물산 지분 16.40%를 확보해 삼성그룹 총수 자리를 굳혔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1대 0.35였다.

지난달 29일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시너지를 위한 합병이 아니라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먹고 싶은 이재용 부회장의 욕심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었다.

특검의 주장은 1대 0.46이 적정한 합병비율이었으나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었으며 이로 인해 국민연금이 큰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측은 합병 후 오히려 국민연금이 이익을 봤다고 주장한다. 이재용 부회장측의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계획을 발표한 뒤 양사 주가는 상한가(15%)를 기록했다”며 단순 기관의 평가보다는 실질적인 주가로 득실을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합병 발표 전인 2015년 5월 22일 각각 5만3000원, 16만3500원이었지만 발표 후인 당해 7월9일 6만3600원, 17만4500원으로 오른 것이 변호인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단순 계산으로도 당시 양사의 지분가치는 약 2200억원이 늘었다. 삼성측은 만일 합병이 무산됐다면 주가 하락 우려까지 포함해 국민연금은 3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조의연)가 직권남용,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전망도 어두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하고, 분석자료를 조작해 국민연금공단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홍완선 전 본부장의 선고 이유에 대해 “홍완선 전 본부장의 배임행위로 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최소 7720억원 이상의 이익을 발생시켰다”며 이번 사건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임은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이 청와대의 지시로 움직였다는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이 박근혜-이재용 뇌물죄 사건의 연장선이며, 사실관계와 증거가 상당부분 박 전 대통령 뇌물죄 사건과 겹치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다르지만 사실관계와 관련 증거가 상당부분 겹치는 상황에서 양 재판부가 상반된 판결을 내린다면 법원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증인 ‘이재용’, 7월 3일이 분수령

이번 재판의 분수령이 되는 시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서로 상대 재판에 증인으로 서는 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음달 5일 열리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서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앞선 3일 열리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 두 명이 마주하며 신문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하는 자리에서 계열사 합병 등의 그룹 현안을 제공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대가를 요구했는 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면세점, M&A(인수합병) 건, 동생의 가석방 등의 민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직접 SK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현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역시 그룹 현안을 전달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해당 민원 해결을 위해 각종 지원 등을 요구했다면 사실상 뇌물죄 성립을 부인하기 힘들어진다. 

이재용 부회장은 증인으로 서는 법정에서 삼성의 각종 지원이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선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고가 예상되는 오는 9월에나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같은 사건을 두고 재판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과 선고일 맞추겠다는 것이 재판부의 의도다.

한편 이날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제32차 공판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증인으로 출석한 노홍인 전 청와대 행정관은 김기남 전 행정관이 특검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한 증언에 대해 “김 행정관이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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