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공여자’로 신동빈 롯데 회장을 지목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롯데는 실제로 금전을 지급했고, SK는 요구만 받았을 뿐 내지 않았다"며 신 회장만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 인해 롯데는 사실상 오너 경영이 완전 스톱됐다. 이미 신 회장은 471억 원의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돼 주 2회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롯데는 현재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그룹 전체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주회사 전환, 호텔롯데 상장 등 그룹 명운을 좌우할 현안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호사가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롯데의 연이은 악재에 대해 ‘바벨탑’처럼 쌓아올린 ‘롯데타워의 저주’라며 입방아를 찧기도 한다. 하지만 21세기 문명의 고도화를 맞은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말 장난은 적절하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그간 롯데 오너가에서 행한 불합리한 경영 행태에 원인있다고 할 것이다. 이번 ‘뇌물공여사건’도 ‘애초의 진의나 정무적 판단’을 떠나 롯데에겐 버거운 짐이 됐다.

오죽했으면 사정 당국도 롯데는 “SK처럼 기술적이고도 정중한 거부가 없었다”고 말했을까. 사드부지 제공조차 어설펐다. ‘열렬한 애국심’으로 평가받기엔 상황 자체가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곤두박질치는 롯데마트의 매출하락도 국민에게 동정받기는 민망하다.

사람들은 롯데를 ‘껌 팔아 이룩한 거대한 성공신화’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라도 롯데가 이룩한 ‘롯데껌 신화’의 위대한 여정이나 결과를 깍아내릴 수는 없다. 다만 최근 해를 거치며 드러나는 롯데 오너 일가의 불법적 행태나 형제간의 경영분쟁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때문에 롯데타워에 펼쳐진 대형 태극기도 최근 불거진 ‘롯데의 국적 논란’을 지우기엔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롯데의 다양한 모순이나 논란은 비단 롯데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대부분 굴지의 거대 그룹사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롯데가 문제가 가려지거나 덮어지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오히려 롯데가 이번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룹 전체를 뒤돌아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간 뛰어든 다양한 사업의 정당성이나 가치에 대한 심대한 고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가운데 특히 재검토하거나 뒤 돌아 봐야 할 것이 있다. 성남에 있는 ‘보바스기념병원’의 인수 논란이다. 롯데는 현재 보바스 인수를 놓고 ‘공익사업의 일환’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단체와 의료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것이야 말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미 주무 지자체인 성남시는 롯데의 보바스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법원에 피력했고 주무관청인 복지부도 ‘위법성’에 대해 검토에 나섰다.

물론 롯데의 주장처럼 보바스 인수가 공익적 활동을 위한 정당한 입장에서 출발할 수 도 있다. 하지만 현재 드러난 상황이나 처지는 실로 심대하다. 이 때문에 롯데가 보바스 우회인수 논란에서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바스 논란은 단순한 법리적 문제를 떠나 향후 ‘역사적 심판에 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실로 중차대하다. 대한민국 비영리의료법인이 거대 기업에 의해 우회 인수되는 ‘역사적 과오’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의도와 달리 상황이 전개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 경우도 그와 같은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사업가’는 때에 따라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롯데마트에서 쇼핑한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그동안 서비스에 만족해 왔기 때문이다. 롯데의 거듭남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끝으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우직지계(迂直之計)라는 말을 소개한다. 가까운 길이라도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멀리 보는 안목으로 원칙과 정도를 바탕으로 현재의 역경을 발전의 기회로 삼으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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