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에서도 50만명 이상이 할례 시술 추정..아프리카, 중동등 피해 여성 2억명 추정

▲ 지난 2월 6일서울 종로구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소말리아월드비전 여성할례철폐 및 여성보건지원 사업 담당자 님코 이드 아덴을 비롯한 서울예고 학생들이 '세계 여성할례철폐의 날'을 기념해 할례 철폐 염원을 담은 대형 손바닥 그림을 제작,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이하나 기자] 미국 내에서도 여성 할례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방수사국( FBI는 여성 할례를 국제적 인권침해 범죄로 규정하고 소녀들에게 할례를 시술하거나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수사를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케리 스파크스 FBI 특별요원은 "미국 내에서 어린 소녀들에 대한 할례 시술이 은밀히 자행되고 있다"면서 "일부 소녀는 방학을 맞아 할례 시술을 하는 외국으로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여성 50만 명 이상이 할례 시술을 이미 받았거나 받을 위험에 처해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 조사 때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미 연방 의회는 2013년 '여성 할례 이동 금지법'을 제정, 여성 할례를 위해 소녀들을 해외로 보내거나 시술하는 행위를 연방범죄로 규정했다. 하지만 50개 주 가운데 24개 주는 할례를 엄격 금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26개 주에서는 불법이 아니다.

할례는 아프리카, 중동,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지만 북미, 호주, 유럽 등지의 이민자의 자녀들에게서도 행해지고 있다.

영국 사법당국도 여성 할례 근절을 위해 전국적인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바 있다. 2014년 영국은 1985년 이후 영국에서 17만명의 여성이 할례를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현재도 13세 미만 소녀 6만5000명이 위험에 노출됐다는 보고서를 2014년 발표하며 충격을 줬다. 영국은 할례 관습이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로 보고 1985년 법으로 금지했다. 할례 강요나 시술행위가 적발되면 최고 14년의 징역형을 받는다.

2014년 유엔 아동기금(유니세프)이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30개국을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할례 피해자는 최소 2억명으로 추산됐다. 그 중 절반 가량이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에서 나왔다. 대다수 국가에서 여성 할례는 만 5세가 되기 전에 이뤄졌다.

아프리카에서의 할례는 마취나 소독 등의 제대로 된 의료 장비, 절차를 갖추지 못한 환경에서 실시되며 극심한 고통을 주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또 파상풍, 에이즈, 불임, 질과 방광 등에 누관이 생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할례란 여성 성기 일부 또는 전체를 제거하거나 상처 낸 뒤 좁은 구멍만 남긴 채 봉합하는 의식으로 여성의 성생활을 통제하고 임신 가능성을 높인다는 미신, 관습 때문에 수천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인도네시아 등 상당수 국가와 부족은 지금도 여성 할례를 순결의 증표로 인식하고 할례를 안 받은 여성은 창녀로 인식돼 결혼도 못하고 가족과 부족의 수치가 된다.

할례의 실상은 가나 출신의 영국인 간호사 에푸아 도케누(1949~2014) 가 병원에서 한 아프리카 출신 임신부의 상처를 목격한 뒤 혼자 조사하고 연구해서 여성 할례의 실상 보고서를 1982년 처음 내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에푸아 도케누는 각국의 여성할례금지법 제정 등에 평생을 바쳤다.

이후 피렐리와 샤넬의 브랜드 모델로 1980, 1990년대 ‘엘르’ ‘보그’ 등 패션지 표지를 장식했던 소말리아 출신의 모델 와리스 디리가 자신의 상처를 세상에 공개한 1997년 ‘마리 끌레르’ 인터뷰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와리스 디리는 1998년 수기 ‘사막의 꽃(Desert Flower)’을 썼고 2009년 셰리 호만 감독은 와리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할례의 갈길은 멀다. 유엔 총회가 여성 할례를 ‘인권 침해’로 규정한 것은 2012년에 와서였다. 유엔은 2030년까지 이 관습을 근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인구 증가 탓에 피해자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유니세프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면 전 세계의 신생아 중 여아의 31%가 할례가 자행되는 아프리카와 중동 29개국에서 태어날 전망이다.

이집트의 경우 여성 인구의 91%가, 소말리아 역시 98%의 소녀들이 할례를 받았다. 지부티(93%) 말리(89%) 수단(88%) 기니(97%) 시에라리온(90%) 에리트리아(83%) 등의 소녀 대부분이 할례로 희생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