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담당 칠레 외교관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현지 TV 방송

▲ <출처=칠레 '엔 수 프로피아 트람파' >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한류 문화 세계 진출을 위해 칠레에 파견된 외교관이 되레 한류 문화 확산에 소금을 뿌리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의 문화담당 참사관이 칠레인 10대 여학생들을 잇따라 성추행한 사실이 19일 오전 현지 방송 전파를 탔다.

한국인을 비난하는 칠레 국민들의 항의성 댓글과 게시글이 온라인과 SNS에 도배되고 있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전언이다.

5년여 전부터 시작돼 최근 영화 '부산행'의 흥행으로 차츰 분위가 고조되던 칠레 현지의 한류문화 붐은 졸지에 된서리를 맞게 됐다.

'부산행'은 지난달 24일부터 한국 영화 최초로 칠레 대부분의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K-팝도 지난 2012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음악방송 프로그램 ‘뮤직뱅크’의 공연 이후 꾸준히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

칠레인들 자체적으로 K-팝 커버 댄스와 노래 경연 행사를 기획해 개최하는 등 분위기가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도 점차 올라와 지난 5월에는 사극 '공주의 남자'가 현지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칠레 현지 방송사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 '엔 수 프로피아 트람파(스스로 함정에 빠지다)'가 한국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을 추적 보도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남성 외교관이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표현을 하며 목을 끌어안고 입맞춤하려는 모습 등이 공개됐다.

‘엔 수 프로피아 트람파’ 제작진은 해당 외교관이 주칠레 한국대사관에서 문화를 담당하는 박 모 참사관이라고 밝혔다.

이 방송에 따르면 박 참사관은 지난 9월 14세 안팎의 현지 여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성추행으로 볼 수 있는 신체 접촉을 한 적이 있다. 

이 제보를 받은 현지 방송사는 20살 배우를 13살로 분장시켜 박 참사관을 '함정취재'했다. 

한 공원에서 분장 배우가 박 참사관에게 "자신의 어디가 좋냐"고 묻자 박 참사관은 "눈과 입술 그리고 가슴"이라고 답했다. 배우가 "왜?"냐고 되물었고 그는 "너의 가슴에서 쉴 수 있어서"라고 했다. 

박 참사관은 이내 배우에게 "특별한 이성친구(Amiga especial)할래, 아님 애인(Polala)할래"라고 물의며 배우를 껴안고 다리를 쓰다듬었다.

배우가 "공공장소에서 신체접촉을 하는 게 괜찮냐"고 묻자 그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 한국 외교관은 성적 접촉을 거부하는 여자 미성년자의 손목을 잡고 강제로 집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어 제작진은 배우의 집으로 가장한 촬영장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박 참사관의 행동을 낱낱이 찍었다. 그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배우를 껴안고 입을 맞추려 했다. 제작진은 우체부를 투입해 방해했다. 

카메라엔 박 참사관이 지속적으로 배우를 방으로 유인해 신체접촉을 시도한 게 포착됐다. 

방송 MC인 에밀리오(Emilio)는 방송 막바지에 등장해 박 참사관에게 "지금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아냐. 당신이 미성년자에게 한 행동들은 한국에서도 칠레에서도 범죄다"라며 몰아붙인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박 참사관은 "더 이상 미성년자를 만나지 않겠다. 신고하지 말아달라"며 간곡히 부탁했다. 

이같은 방송 내용이 전파를 파자 칠레 현지인들은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와 SNS에 한국인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욕설이 섞인 게시글을 쏟아내고 있다.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을 직무정지하고 국내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칠레 현지에서의 한류 문화 확산은 치명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코트라에 따르면 칠레에서는 K-팝과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이 꾸준히 저변을 넓혀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난달 24일부터는 한국영화 '부산행'이 'Estacion Zombi'라는 타이틀로 칠레 전역에서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
    
'부산행'은 칠레 내 17개의 영화관을 소유하고 있는 CINEMARK와 27개의 영화관을 소유하고 있는 CINE HOYTS 등 칠레 내 대부분의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부산행'은 각 영화관에서 매일 적게는 1회, 많게는 5회까지 상영되며 '신비한 동물사전'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칠레 영화관에서개봉한 한국 영화는 '부산행'이 최초지만, 넷플릭스칠레에는 이미 '타짜2', '설국열차' 등 다수의 한국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칠레 진출도 활발한 편이었다.  3년여 전부터 한국 드라마 '최고의 사랑', '파스타', '꽃보다 남자'가 현지 전파를 탔고, 올 5월에는 한국 사극 최초로 '공주의 남자'가 방영됐다.

TV에 방영된 드라마 외에도 온라인을 통해 '미남이시네요', '드림하이', '해를 품은 달' 등 다양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는 대부분 프라임 타임에 방송됨으로써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K-팝도 칠레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2012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음악방송 프로그램 ‘뮤직뱅크’의 공연 이후 K-팝에 대한 관심은 급속히 증가했다. 해마다 칠레인들에 의해 K-팝 커버 댄스와 노래 경연을 하는 행사도 열리고 있다. 

한국 식품의 인기도 칠레 내에서 날로 상승하는 중이다. 한류 문화의 확산과 함께  칠레의 한인타운인 빠뜨로나또 지역을 중심으로 한식당과 한국 식품점이 성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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