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상선이 부채율을 대폭 줄여 정부의 '선박펀드'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송원석 기자] 한진해운 사태로 해운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현대상선이 부채비율(자본총계 대비 부채총계 비율)을 200%로 대폭 줄임으로써 '선박펀드' 이용의 문이 열렸다.

선박펀드란 정부가 조선·해운업을 특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12억 달러(1조3000억 원) 규모의 정책지원 자금인데, 이 자금 활용의 전제조건 중 하나가 부채비율의 400% 이하이다. 그동안 부채율이 400%를 넘었던 현대상선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7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대주주의 감자 후 유상증자, 채권단의 출자 전환 등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200% 밑으로 떨어졌다. 선박펀드를 이용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현대상선 채권단은 지난달 7000억 원에 달하는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무려 900%에 달하던 현대상선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추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선박펀드 지원 요건을 갖췄다"며 "경쟁력 강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회사(현대상선)의 요청이 있으면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단 선박펀드 지원을 받을 경우 현대상선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당장 한진해운이 운항하던 노선에 현대상선의 4400TEU 선박 4척과 6800TEU 9척 등이 대체선박으로 투입된다. 이 중 미주선은 4척, 구주노선에 9척이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9월부터는 재편된 해운동맹에 속해 영업도 가능하다.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에 가입됐다. 현대상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 관계자 등이 직접 유럽을 찾아 협상 끝에 얻어낸 결과다.

현대상선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회사는 재무적으로 안정된 상태"라며 "정상회사에 지원을 받는 여건까지 갖춰진 만큼 구조조정 효과가 빠른 시일 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부진한 실적이다. 현대상선의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개별기준 순손실이 903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손실 1757억 원에 비해 손실규모가 절반가량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수치다. 특히 이는 현대증권 등 자산을 매각해 얻은 차익 5천억 원가량으로 적자를 메운 덕분이다.

실제 현대상선의 상반기 영업적자는 427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33억원 적자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 업계는 현대상선의 올해 영업적자가 7천 억~8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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