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농협중앙회장 출신 지역 <자료=농협중앙회>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전국 225만 명 조합원을 이끌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두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유력 후보들의 대거 출마의사로 치열한 선거 양상이 전망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지역별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26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일은 내년 1월31일로 결정됐다.

또한 공식 선거운동은 같은 달 18일부터 선거 당일까지이며, 당선된 차기 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이다.

해당 선거는 전국 조합장 가운데 투표권을 지닌 대의원 293명이 투표하는 간선제로 진행된다.

또한 지난 23대 선거와 같이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후보가 없다면 1·2위를 차지한 후보를 대상으로 2차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24대 선거에서 주목할 점은 전국 각지에서 오랜 기간 조합장을 역임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유력 후보들이 대거 출마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두 후보도 이번 선거에 참여의사를 밝힌 데다 공식 선거운동 전임에도 각 후보들이 여론전에 뛰어들면서 선거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며 각 지역별 후보 단일화가 중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표밭 영남권, 최덕규 전 조합장 vs 강호동 이사

먼저, 가장 많은 대의원을 보유한 영남권(약 32%)에서 출마가 유력시되는 인물로 최덕규 전 합천 가야 조합장과 강호동 합천 율곡 조합장이 꼽히고 있다.

7선 조합장 출신의 최 전 조합장은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지난 회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최 전 조합장은 지난 선거 당시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결선투표행이 좌절되자 선거 당일 김병원 현 중앙회장의 지지운동을 펼쳤다.

이 과정서 불법선거 혐의가 대두됐고 지난 9월 항소심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2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에 최 조합장은 “2017년 개정된 신법에 선거 당일 선거가 허용되는데도 구법을 적용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박하며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또한 최종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현행 위탁선거법 상 이번 선거 참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해당 의혹 때문에 발생한 부정적 이미지다. 김병원 현 중앙회장이 중앙회장 임기 대부분을 불법선거 문제로 법원 출입이 잦으면서 중앙회장의 도덕성에 흠결이 발생, 금융노조를 비롯해 일각에서 사퇴 촉구 집회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최 전 조합장이 상고 중이라 하더라도 지난 선거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당선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농협중앙회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는 강 조합장의 경우, 일각에선 경남권 단일후보로 조심스럽게 점춰지고 있다.

강 조합장은 1963년 생으로 현재 거론되는 후보 가운데 가장 젊은 후보임에도 4선에 성공해 이른바 ‘세대교체’에 적합하단 평을 듣고 있다.

또한 현 농협중앙회의 이사이자 교육위원을 역임하고 있고, 경남 농협조합운영위원회 의장과 전국 친환경 농업협의회 이사직도 함께 수행하고 있어 경남권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남 권역이 가장 많은 지역구 의원을 보유했음에도 지난 선거에서 호남권과 경기권에 밀렸던 만큼, 강 조합장의 경우 확실한 당선을 위해 후보 단일화가 절실해 보인다.

이런 점들 때문에 영남권 단일 후보로 추대될 가능성은 불법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전 조합장에 비해 강 이사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되고 있다.

영남의 라이벌 호남권, 유남영 조합장 우세

두번째로 많은 대의원을 보유한 호남권(약 21%)은 역사적으로 영남권과 함께 가장 많은 농협중앙회장을 배출해 온 이른바 ‘전통의 라이벌’이다.

출마가 유력시되는 인물로는 단연 유남영 전북 정읍 조합장이다. 그 뒤를 이어 문병완 전남 보성 조합장과 강성채 순천 조합장도 꼽히고 있다.

유 조합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농협중앙회 이사직을 역임했으며 현재 농협금융지주 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또한 유 후보는 김병원 현 회장과 광주대 동문으로 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김 회장은 유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가해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한 과거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정읍시장 출마를 고려했을 만큼 정치권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다른 후보보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반면 김 회장과의 밀접한 관계가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비록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고 당선무효형을 피했지만 불법선거 의혹으로 김 회장의 도덕성에 흠결이 생긴데다, 김 회장의 지원은 대의원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호남·전북지역의 재집권이라는 슬로건도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전남지역의 문 후보나 강 후보를 통한 단일화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업권은 호남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가장 강력한 후보는 유 후보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회장無 경기권, 쟁쟁한 두 후보에 단일화 가능성 낮아

경기권에서 출마가 예상되는 조합장은 여원구 경기 양평 조합장과 이성희 전 성남 낙생 조합장이다. 경기권은 조합장 수가 부족해(약 16%) 여지껏 중앙회장을 배출한 적이 없는 만큼 중앙회장에 대한 열망이 높은 지역이다.

또한 출마가 예상되는 두 후보가 전국구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 역시 큰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성희 전 조합장은 지난 중앙회장 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올랐던 경력이 있다. 또한 결선투표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1차 투표 당시만 해도 김병원 현 중앙회장을 추월했던 만큼 영향력이 전국구에 미치는 인물이다.

문제는 이 전 조합장의 부정적인 이미지다. 이 전 조합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감사위원장 재직 당시 발생한 STX조선을 비롯한 조선 3사의 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배로 특혜대출 의혹을 받았던 최원병 전 회장의 측근이라는 꼬리표도 부정적인 이미지 형성에 한 몫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도시 판교지역에서 근무한 이른바 ‘도시농협’ 출신으로 타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농경 조예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 여원구 조합장의 경우 현재 중앙회 이사와 경기도조합운영위원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근무 지역이 양평으로 농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데다 농가소득 증대에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환경쌀의 명품화나 13개 농협을 친환경사업법인으로 묶어 로컬푸드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 등을 진행해 양서농협을 지난해 말 기준 자산 5550억 원 규모의 전국구 조합으로 성장시키며 사업능력을 입증했다.

이 때문에 여 후보는 이 전 조합장 못지않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강력한 차기회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경기권의 경우 두 후보의 영향력이 강한 만큼 타 지역 대비 단일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도 충청도 지역(약 18%)의 김병국 전 서충주 조합장과 이주선 아산송악 조합장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강원도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가 없는 상태다.

또한 김병원 현 농협중앙회장 역시 출마의사를 내비친 상황에서 선거 양상이 과열돼 자칫 선거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 제기되고 있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지난 8일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허식 부회장 주재 하에 ‘공명선거 추진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선관위 또한 금품 제공, 비방·흑색선전, 불법행위 등 위반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고 1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불법행위 근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확인된 위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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